출판사 에코리브르
정가 17,000원
* 이 책은 <플라스틱 행성(Plastic Planet)>을 감독한 베르너 부테의 영화 <더 그린 라이>를 촬영하기 위해 출간되었으며, 작가인 카트린 하르트만은 영화에 참여하고 시나리오도 같이 썼다.

환경오염, 환경보전, 친환경...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듣기는 했는데 딱히 피부에 와 닿은 적은 없는 단어들이었다.
학교에서 환경다큐 같은 것을 이따금씩 보여줄 때면 '아... 환경 오염이 정말 심각하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환경에 대해서는 그닥 생각하지 않았었다.
요즘은 친환경이 대세라고들 한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지구온난화를 막거나 최소한 늦추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너도나도 '넷제로'(탄소중립)를 외치고 있다. 회사들도 경쟁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출간하고,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빨대를 제공하고, 편의점에서는 재생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봉투를 판매하고 있다.
학부 시절, 사회/환경의 문제점을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조금이나마 개선해보고자 했던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느꼈던 점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세상에 관심이 없구나' 였다. 다들 머리로는 환경보호도, 취약계층의 삶도, 위안부할머니 이슈도 다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나서거나 보탬이 되어주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많은(?) 시간이 흐른 요즘에는 젊은이들, 이른바 'MZ'세대는 특히나 이런 환경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고 한다. 같은 값이면 친환경적인 브랜드를 구입하려고 하고, 의식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세상이 과연 올까 싶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
그런데 과연 당신이 정말 '의식있는 소비'를 하고 있는걸까? / 정말 이 회사들이 '친환경' 적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로부터 시작한다.
나름 기승전결이 있어 수많은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 사례들을 보면서, 때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몇 가지 인상깊었던 책 속 사례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네스프레소
- 네스프레소 캡슐은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회사는 사용후의 네스프레소 캡슐을 수거하여 재사용함으로써 환경보호에 앞장선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네스프레소는 알루미늄 캡슐의 수거 책임을 오롯이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회수율은 정확히 몇 %인지, 재사용률은 몇%인지 단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게다가 캡슐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을 생산하기 위해 개발도상국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매년 파괴되고 있다. 이런데도 과연, 캡슐커피가 우리가 카페에서 사먹는 플라스틱 컵에 담긴 커피보다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2. H&M, 자라, 나이키, 아디다스 등
- 최근 몇년 간 아디다스, 나이키 등 스포츠브랜드를 비롯해 자라, H&M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 경쟁적으로 친환경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재생섬유로 만든 티셔츠 등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패스트패션에서 '친환경 제품'을 내놓는게 애초에 말이 되는 것인가? 패스트패션 그 자체가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옷을 과도하게 소비하게끔 하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재생섬유로 만든 티셔츠라고 해서 환경오염이 0인 것도 아니다. 또한 나이키나 아디다스에서 발매하는 친환경 컬렉션도 마찬가지인데,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고 환경을 보호하세요'와 같은 슬로건을 통해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추가 소비를 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덜게끔 만든다. 애초에 적게 소비하고, 그에 따라 제품을 적게 생산하는 게 환경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저자는 결국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그림만 보지 말고, 밸류체인(value chain) 전체를 살펴보라는 말을 하고싶었던 것 같다. "재생 플라스틱을 쓴다고? 그렇다면 친환경 합격!" 이런 식으로 1차원적으로 생각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진짜' 환경문제, 사회문제가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생 플라스틱 봉투를 쓰는 회사가 있다면, 이 재생 플라스틱이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생산되고 운반되며, 사용된 후에는 어디로 가고 어떻게 되는지,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게 맞다면 일반 플라스틱 봉투에 비해 정확히 얼만큼의 도움이 되는 건지까지도 주의깊게 살펴봐야만 한다.
물론 쉽지 않다. 당장 나부터도 매일 일회용품을 애용하고, 물건을 살 때 제품의 친환경성이나 원재료 등등에는 크게 관심갖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세상이 이렇게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 겉으로는 친환경으로 포장한 제품들의 이면에는 사실 어마어마한 환경파괴나 인권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어쩌면 시작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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